이승우 대체발탁, 신태용 감독 향후 행보, 지도자의 자질이란?

직업병때문인지는 몰라도 없는 논리도 만들어내야하는 소수의견이 항상 더 매력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공감 세례 시원하게 받을 각오하고 신태용 유임론을 펼쳐보고자 한다. 


1. 기본 전제

내가 생각하는 축구감독의 자질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시킬 수 있다. 짜임새있는 조직을 구성하는것(선발권한)과 해당 조직의 전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선수관리 및 기용, 훈련, 전술적용). 물론 양극으로 나눌 수 있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면의 제약때문에 첫번째 요소만 일단 다뤄보고자 한다.



또 하나의 기본전제가 있다면 완벽한 지도자는 없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도덕책 속에서 튀어나온 빈틈없는 스펙의 카리스마 넘치는 천재를 기대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감독에게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현시점 한국축구의 키워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에 적합한 경험, 성향과 장점을 어느정도 지녔다면 그걸로 됐다. 히무새님들. 언제까지 과거에 갇혀 사시렵니까. 

상황적 특수성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옆동네도 막판에 감독을 경질했음에도 불구하고 16강에 안착했으니 월드컵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부임한 점이 정상참작될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웃나라 엔트리의 소속팀을 훑어보길 바란다. 선수절반이상이 유럽에서 뛰고 있다(국대는 단 5명이 유럽팀 소속이다). 이뿐 아니라 팀을 물려받은 작년 7월은 상황적으로 최악이었다. "창사의 참사"에 이어 카타르에게 3골을 먹히는 극악의 경기력으로 동아시아의 맹주가 아닌 맹구로 전락해버린 시점이었다. 한마디로 핸디캡을 일부분 인정해줘야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월드컵을 앞두고 당한 줄부상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본 역대 월드컵 중에서 상황적으로는 가장 암울하고 부침이 심했는데 그랬기에 역설적으로 신태용과 같은 변화무쌍하고 실험가 스타일이 최적의 지도자가 아니었나 돌이켜본다. 독일전을 승리하지않고 비기거나 한골차로 졌어도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전력을 냉정하게 비교해 봤을때 0:1, 0:2, 0:3을 예상했고 제대로 된 골 하나 넣는 것만이라도 보는 것이 현실적인 기대치였는데 0:1, 1:2, 2:0은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다. 


2. 선수 선발

최종 엔트리는 발표 당시 국가대표팀의 가장 큰 화두가 반영되어 있었다. 극악의 수비불안과 기성용의 파트너 선정. 


GK

간단하게 넘어가자. 조현우 최종엔트리에 넣은 사람 누구? 스웨덴전 선발라인업으로 결정한 사람 누구? 연습때 조현우가 아무리 잘했다고 하더라도 열이면 아홉은 지난 월드컵 경험이 있는 김승규를 선발로 내보냈을 것이다. GK 포지션 특성상 그럴 수 밖에 없다. 조현우의 무한선방쇼는 찬양하면서 큰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은 써드키퍼를 순수히 실력만으로 평가해서 가장 중요한 첫경기부터 넘버원으로 올린 신감독의 묘수라고 인정하기가 그렇게 싫은가보다. 자국 지도자에겐 누구보다도 박한게 우리네 팬들+여론이다.



DF

수비수를 10명, 그중에서도 센터백을 5명이나 선발한 것은 감독의 공격적인 성향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특이한 조합이었다. 그만큼 현격하게 떨어졌던 수비력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김앤장 센터백 파트너가 누리꾼들에게 조롱거리가 되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여기서 쟁점 하나. 장현수 발탁 및 선발 기용 논란을 짚고 넘어가자. 장현수 붙박이 선발 기용이 신태용이 대차게 까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데 지독한 이분법적인 사고가 반영되어 있는 비판이다. 영롱한 빛영권은 선수 본인이 독하게 맘을 먹고 투혼을 발휘했기 때문에 선수를 칭송해야되고 장현수는 신태용이 고집을 피우고 기용을 해서 인맥축구다?

에라이. 경기장 소음이라는 상당히 큰 논란에도 불구하고 멘탈 나간 김영권을 호명하고 선발로 기용한 것 역시 똑같은 신태용 감독이다. 뚝심있는 감독의 기용이 어이없이 멕시코전을 내주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또 한편으론 독일전 각본없는 드라마의 불씨를 지핀 계기 또한 되었다 (스웨덴전에 한정해서 따진다고 하더라도 김앤장을 합산하면 밸런스가 0이 된다). 전문용어로 wash, 또는 또이또이라고도 한다. 축협의 개가 연세대 장현수를 꽂아놓아 형편없는 감독이라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독일전때 훌륭한 활약을 보여준 윤영선을 일찍 쓰지 않은 것이 패착이라고는 하는데, 솔직하게 최종엔트리 발표전에 윤영선이 누구인지 알았던 사람 손? 애초에 일반 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K리그2 선수를, 그것도 A매치 경험이 6경기에 불과한 선수를 최종엔트리에 선발하고 피파랭킹 1위팀을 상대로 주전 수비수로 기용한 대담하고도 무모한 결정을 내린것도 신태용 감독이다. 이점이 바로 몇번은 반복하게 될 신태용 감독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물론 나도 센터백 5명을 동반하게 한점은 노이해. 그 센터백 중 한명(오반석)을 이청용 지동원 석현준 이창민 이명주 손준호 이런 류의 선수들과 맞바꾸는 대안이 있었고 공격옵션도 이에따라 늘어나는 효과는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감점요소 인정. 다만 김민재의 부상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중앙 수비수를 뽑았을까 싶다. 감독의 엔트리 발표 패턴을 분석하자면 부상으로 전력누수가 컸던 포지션이거나 확실한 카드가 없는 자리일수록 추가선발을 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왼쪽 풀백 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김진수라는 확실한 1번 옵션이 빠지니 마땅치않은 대체자를 진흙탕 속에서 찾느라 1장을 낭비하면서까지 김민우 홍철 박주호 3명을 발탁했던거고. 부상 회복이 더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최종엔트리 발표 직전까지 김진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모습에서 감독의 왼쪽 풀백에 대한 고심을 엿볼 수 있다.


김민우도 거세게 비난을 당하는데, 우리나라 자원 풀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직시해야한다. 그나마 사간 도스에서 주장도 맡고 윤정환 감독과 함께 돌풍을 이어갔고 다양한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왼쪽 자원이라 뽑았는데 김민우 보다 딱히 특출나게 나은 왼쪽 풀백이 없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역시나 김진수가 뛸 수 있었더라면 김진수 박주호 2인 왼쪽 풀백 체제로 갔을 것이라고 확신하는데 (오른편에 이용이라는 믿는 자원이 있으니까 서브로 고요한 정도만 데리고 가는 점을 미루어보아 유추할 수 있다) 서브로 그나마 안정감있던 박주호마저 부상을 당했으니 황당했을 것이다. 


실제로 스웨덴전은 전략적인 미스보다는 박주호 부상의 여파가 굉장히 컸다. 첫15-20분을 썩 괜찮은 페이스로 이끌고 가다가 박주호 교체아웃과 함께 급격하게 다급해지고 당황한 수비진을 목격했을 것이다. 더불어 후반전 공격전술 전환을 위한 카드(문선민)도 하나를 허비하게 된 것이고. 


그게 축구다. 예상치 못한 변수 하나에 모든 사전전제와 가정이 허물어지고 무의미해지는.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풀백 선수 자원이 딱 그 정도인거다. 주전급 1, 2번 옵션이 소진되면 극심한 전력차가 나타나는. 신태용감독의 탓이라고만 하기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또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왼쪽풀백 T.O.를 하나 늘려서 뽑은점마저도 적중했다고 볼 수도 있다. 결과론적으로 봤을때 김민우를 데리고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세명을 선발했기 때문에 박주호 부상과 김민우 부진을 대체할 자원이 남아있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홍철이라는 카드를 뽑지 않았다면 독일전에서 장현수 또는 고요한이 왼쪽풀백으로 뛰는 공포의 라인업을 목격했을수도 있다.

우측풀백은 최철순 탈락여부가 미세한 논쟁거리가 될수는 있으나 2용열사님에 대한 묵념으로 대체하겠다. 죄송합니다 숭고한 뜻을 헤아리지 못해서. 가장 취약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러가지 의미로) 독일전 수훈갑. 


MF 

김민재가 빠진 중앙 수비, 김진수가 이탈된 왼쪽 풀백 자리와 마찬가지로 확실한 해답이 없었던 기성용 중원 파트너 자리 역시 주세종 정우영 구자철이라는 세가지 옵션을 데리고 갔다. 고요한 역시도 콜롬비아 평가전 때와 같이 싸움닭 역할로 수비진에서 끌어올릴 수도 있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보면 구자철의 폼이 너무 나빴지만 그 누구라도 독일이 조별리그 상대로 포함되어 있는데 분데스리가 베테랑을 명단에서 제외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태용의 오판으로 선발했다.. 보다는 누군들 데려가지 않았을까.. 가 더 정당한 평가일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기성용 파트너 찾기 게임은 기성용이 부상으로 빠진 독일전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보급형 기성용이라고 할 수 있는 정우영과 수미/포어 리베로로 변신한 장현수의 참신한 조합이 그냥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독일전에서도 장현수가 잔실수가 많았다고 물어뜯었는데 박스를 둘러싸며 벽을 구축하고 명확한 수비콜링 공격전환시 영민한 움직임 모두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물론 마지막 패스의 세밀함은 아쉬웠지만 앞서 말했듯 모든 방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확실히 스피드와 반응속도도 좋아서 본인이 선호하는 포지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미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정우영은 그냥 쏘쏘. 그렇다고 크게 마이너스 요소가 되지도 않았다. 수비력과 기동력은 별로지만 위협적인 공격장면도 만들어내고 그나마 기성용 없는 중원에서 비교적 정확한 패스도 연결해줬으니 넘어가고. 



몇몇 기자가 썼듯 문선민이라는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카드를 발굴한 것은 성공. 몇몇 장면에서의 아쉬운 마무리를 지적하느라 놓치는 부분이 미친듯이 뛰면서 손흥민이 작업할 공간을 마련해주고 수비적으로도 경험부족이 드러나긴 했지만 독일 공격의 핵심인 키미히를 상당히 불편하게 하는등 압박능력을 선보인 점이다. 개인적으로 잘해봐야 아시아용이라고 생각했는데 플러스요소가 분명한 자원을 발견한 것은 신감독에게 공을 돌려야한다. 어떤 의미에선 가장 한국 축구적인 모습을(압박+왕성한 활동량+스피드+아쉬운 결정력 까지!) 보여줘서 아주 반가웠다. 문선민 역시 신태용의 실험정신이 없었다면 뽑히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 조차도 선발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으니 얼마나 파격적인 기용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승우를 왜 더 안쓰냐는 비판은 언론노출도에 의한 편견이 스며들어있다. 즉, 언론에서 자주 언급한 선수일수록 더욱 실력이 출중하다고 맹신하게되는 현상, bias이다. 중동 프로축구 경기 하나 제대로 보지 않고 남태희의 실력을 논하고 리그앙 세리에a 한경기도 풀로 제대로 보지않고 유투브에 나오는 볼터치 편집 영상이나 하이라이트 모음만으로 석현준 이승우가 엄청나다고 지레짐작하는 오류다. 더군다나 바르샤 출신 스펙도 한몫 했을것이다. 이동국이 예능에 노출된 것을 본 영향으로 월드컵에 뛰어야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권경원이 주전 센터백 자리를 꿰차야한다는 주장과 이강인 백승호 발탁 주장 역시 유사품이다. 물론 이승우가 못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1 이승우도 신태용이 깜짝 발탁하고 a매치를 데뷔시켰다는 점이 첫번째 포인트(고로 공을 인정 받아야된다). 베로나에서 다소 실망스러웠던 첫시즌을 보냈음에도 큰무대로의 초청장을 보낸 것 역시 신태용 특유의 도박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2 신상에 대한 편견 또한 존재한다. "성인 국대에서의 이승우"는 나름 파격적인 신상이었다. 새롭게 등장한만큼 스크래치도 가지 않은 상태고 지적할만한 과거의 비판거리도 없는 상태이기에 주가가 최고일 수 밖에 없다. 오타니의 야구카드가 올시즌 초 기록적인 금액을 경신한 것과 강도는 다르지만 유사한 심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성적인 실력평가보다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증폭되는 것이다.

#3 광고효과로 아직까지는 과대포장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스웨덴전에서는 훌륭한 모습을 보인 반면 멕시코전에서는 성인무대에서 아직 짬이 안찬 한계를 보였다. 수비력도 허술했고. 독일전에서 고요한이 투입된 그 타이밍에 들어갔더라면 흥미로웠겠지만 감독이 욕을 먹을 정도의 오판은 아니었다. 그리고 선발로 기용해야된다는 의견은 미안하지만 축알못이라고 해드릴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딱 20-30분 조커로 활용하는 신태용의 기용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이재성은 사실 가장 아쉬운 선수다. 이번에 생각보다 못했다는 뜻이 아니라 권창훈 부상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점이다. 유사한 살림꾼 역할을 맡은 윙 파트너가 쓰러지다보니 혼자서 쏘니 공간 만들어주고 패스 찔러주랴 수비 압박하랴 정신없이 뛰어다니느라 엄청 지쳤을 것이다. 기존의 윙포지션 외에도 4-3-3의 중원 한자리, 톱의 위치에서도 다양하게 세운 점은 감독이 선수 활용법을 깊이 연구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주목은 많이 못받았지만 참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고픈 선수.


FW

개인적으로는 월드컵전에 황희찬을 가장 기대했다. 선이 굵고 시원시원한 스타일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독일전에서의 요상한 태업성 플레이만 아니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다. 개인적으로 독일전 선발 라인업에 황희찬을 넣지 않은 것을 보고 신태용 이 양반이 제대로 작정하고 작두탔구나 싶었는데 내가 과대평가했나보다. 전반에 두텁게 박스에 벽 쌓고 후반에 꼭 이겨야하는 독일이 공격적으로 나올때 황희찬 이승우 투입시켜서 한방에 후방을 털어버리겠다는 심산인줄 알았으나 어떻게된건지 모르겠다. 황희찬이 뻘짓만 안했으면 이승우도 넣고 시너지가 났을텐데 영 아쉽다. 


가장 큰 또 하나의 논란은 시누크를 석라탄 대신 선발한 부분인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홍명보 감독이 가장 욕을 먹었던 이유와 반대의 이유이다. 홍감독이 폼을 고려하지않고 ctrl c + ctrl v, 일명 런던 엔트으리를 발동시켰다면, 신감독은 본인이 이끌었던 리우 올림픽 멤버중에서 오직 장현수 손흥민 정승현 황희찬만을 데리고 왔다. 함께했던 석현준은 최종탈락시키고. 심지어는 와일드카드로 선발했었던 선수인데 감독 본인이 충분히 써봤으니 유용도는 누구보다 잘 알지 않았을까. 석현준이 갔어야 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내부사정은 알 수 없는 법이다. 앞서 언급한 미디어 노출도에 의한 bias는 석현준에게도 적용된다.



3. 현재 관건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실패했던 카드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선수단 구성에 있어서는 본인의 과거경험에만 얽매이지 않고 나름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과감한 결단력을 보인 부분이 크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청용을 탈락시키는 결정도 쉽진 않았겠지만 칼을 뽑았고 그 선택은 최소한 틀리지는 않았다. 주전급이 대거 이탈한 상황에서 인지도만을 따라가는 쉬운 길을 따르지 않았고 본인이 소신껏 뽑았으며 옥석도 상당수 성공적으로 가려냈다. 


이 대목에서 현재 한국축구 최대의 현안이 무엇인지 고려해보아야 한다(축협의 무능함 제외). 중원의 핵 기성용이 마지막 월드컵을 마쳤다고 선언하며 은퇴를 시사했고 구자철도 이에관한 깊은 대화를 기성용과 나누었다고 한다. 반쪽짜리 선수이긴 하지만 최소한 수비능력은 입증한 이용도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일 것이고 기성용과 같은 세대인 박주호 이청용도 대표팀에서 보게될 날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소위말하는 런던 올림픽, 혹은 2007년 u-20 월드컵 세대가 저무는 시점이다. 세대교체시기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 세대교체를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지도자로는 누가 있을까. 일단 지도자의 필수 덕목으로는 편견이 상대적으로 적고 실험성도 어느정도 있어야 할 것이다. 댓글에 그라운드의 에디슨이라고 빗댈 정도면 실험정신은 인정받았다고 치고 의리때문에 특정 선수를 고집하는 모습도 비교적 덜할 것이다. 장현수 친자설이 있긴 하지만 후반교체투입한 카드도 아니다 싶으면 20분만에 회수하는 양반이다. 본인이 와일드카드로 썼던 석라탄도 유용하지 않겠다 싶으면 내치기도 했다. 수비조합도 뒤섞는걸 좋아해서 연금술사로 불리기도 한다. 공명심도 적지않아 깜짝발탁도 주저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타짜기질도 있다. 안목도 나쁘지 않고. 


유연한 사고방식뿐 아니라 다음세대 선수들과의 경험도 풍부하고 소통도 제법 잘하는 편이다. 리우 올림픽, u-20월드컵, 월드컵을 거치면서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핵심적인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는 손흥민 황희찬 권창훈 이재성 이승우 김민재 백승호를 모두 이끌어 본 경험이 있는 유일한 지도자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큰 성공을 거둔 지도자를 선호하진 않는다. 대체적으로 본인의 확고부동한 성공공식에 갇혀버리기 때문이다. 반면 적당히 실패도 해본 지도자들이 똑똑하기만 하다면 전술적 운영능력이 유연하고 변화무쌍한 강점을 지니게된다. 말그대로 그라운드의 여우가 되는 셈이다.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전 이후 꽤나 인상적으로 전술적 방향을 트는 모습을 보였고 수비불안이 가장 큰 문제였던 대표팀을 역대 최소 실점으로 이끌정도로 수비조직력을 끌어올렸다(물론 조현우 기용이 컸고 선수들의 투혼도 남달랐다). 리우에서의 온두라스전, u-20대회 포르투갈전, 이번 월드컵의 스웨덴전 실패의 경험적 자산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경험의 연속성을 위해서 한번쯤은 눈감고 밀어줄 수도 있지 않은가. 


여기서부터가 키포인트다. 어차피 냄비근성 여론 때문에 지금 지휘봉을 잡은 감독이 카타르 월드컵때까지 국대감독을 맡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도 아니라 전혀 없다. 세대교체의 매우 구체적인 임무를 맡기는 것이다. 최소한 아시안컵까지.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하고. 그래도 영 아니다 싶으면 그때 바꿔도 늦지않다. 그게 월드컵을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소방수, 혹은 욕받이로 부른 지도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다. 이상 내가 신태용감독의 유임을 주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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